▲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사진=연합뉴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노 전 대통령의 '정신'과 '철학'이 담긴 친필 메모 266점이 공개됐다.
평소 '메모광'으로 알려졌던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수석보좌관회의, 부처업무보고 등 각종 회의 도중 이같은 메모를 작성했다.
뉴스타파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 공개한 노 전 대통령의 친필메모 발췌본에 따르면 정책·행정 92건, 경제·부동산 53건, 외교·안보 41건, 교육·과학기술 33건, 언론·문화 12건 등이다.
이 메모에는 "늘 자신감 있으면서 희망을 얘기하고, 역사의 진보를 믿고 몸을 던졌던", 그리고 "외로움을 극복하고라도 뭔가 이루고 싶다는 꿈이 간절했던", 또 "정치개혁을 필생의 숙제로 여기고 도전했던" 노 전 대통령의 진면목이 담겨있다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시간이 참 많이 걸린다. 참 느리다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규제개혁 추진 보고 회의 관련해 답답한 마음을 드러낸 것. 2006년 제4기 국민경제자문회의 중에도 '정부 뭐하냐? 똑똑히 해라'라고 쓰기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메모에서는 '북핵-걱정, 1. 핵·테러·마약, 2. 탄압받는 사람에 대한 업적, 사람과 정권을 바꾸어서 해체시킬 의도는 없다. 자유를 보급하는 것, 믿게 하자. 변하고 있다. 압력' 등을 메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앞두고 친필메모 266건 공개.[사진=뉴스타파 홈페이지]
2007년에는 언론에 대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언론과 숙명적인 대척', 대통령 보고서 중에선 '식민지 독재 정치하에서 썩어빠진 언론'이라는 내용의 메모를 썼다.
또 "대통령 이후, 책임 없는 언론과의 투쟁을 계속할 것.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정부를 방어할 것. 신뢰의 사회, 관용의 사회, 책임지는 사회를 위해서... 독재하에서는, 천박하고 무책임한 상업주의, 대결주의 언론 환경에서는 신뢰, 관용이 발 붙일 땅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메모를 통해 언론과의 대립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임기 말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공세를 받을 때도 "대선 잿밥에 눈이 먼 양심도 소신도 없는 정치인들. 사리사욕, 이기주의의 동맹. 어리석은 국민이 되지 말 것"이라고 적으며 다짐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대변인과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친필 메모를 접하고 "메모 내용과 연설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대통령은 말로 정치를 하는 거다. 말이 권력이다'라는 생각이셨다. '말을 성의있게 해야 한다'는 철학이 있으셨다"고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다.
이날 추도식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등 유족과 문희상 국회의장, 당정청 핵심 인사들이 대거 모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참석하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불참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도 참석한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항소심 재판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참여정부 인사들과 노무현재단 임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