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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마음의 준비는 되셨나요? -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④] 시민의식과 선진국의 품격
  • 기사등록 2019-01-28 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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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을 위해 버스에 탑승했다. 탑승객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통로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역사로 들어섰다. 뒤에 사람이 있어 출입문을 잡아줬다. 사람들이 연이어 들어 왔지만 바로 뒷사람은 쌩하니 자기 몸만 날쌔게 빠져나갔다. 목례 따위는 없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우리나라도 완연한 선진국의 지표에 도달했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있는지는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거의 유일한 국가라는 자부심은 두 번 말해 입 아프다. 놀라운 성장에도 불구하고 그림자 또한 깊어졌다.


                    ▲바깥 자리에만 앉은 승객들. 타인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세간을 놀라게 하는 소위 ‘갑질’ 사건은 한 사건이 잊히기 무섭게 다시 새로운 사건이 보도되곤 한다. 그래선지 요즘 고객센터로 전화를 할 때면 자동 안내음에 ‘상담원은 소중한 우리 가족입니다’로 시작하는 기업이 많다.    


해외에서 거주했거나 여행한 주변 사람들의 경험들을 비교하니 아쉬운 마음은 더 커졌다. 호주에서 유학했던 사촌 동생은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이 가장 좋았다. 버스 기사들은 중요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고, 누군가 직업이 ‘의사’라고 했을 때 우리나라처럼 동경의 눈길로 보지 않는다. ‘힘들겠다’는 시선이 크다”고 말했다.  


지인인 캐나다 교포는 “장애인이 버스를 탑승할 때 버스 기사가 일어나서 도와주고, 승객들도 기다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럴 때 시민의식이 정말 높다고 체감한다”고 전했다. 일전에 취재로 만났던 장애인들이 지하철에 탑승했을 때 ‘왜 바쁜 시간에 휠체어를 타고 탑승하냐. 짜증난다’는 시민의 말에 ‘저희도 사람입니다’란 대답을 했다는 얘기가 자연스레 대비됐다.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공공매너가 많이 늘었지만 타인의 호의를 당연히 여기는 얌체족도 많

        다.


학교에서 만났던 스웨덴 친구가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한국에 와서 이상한 게 있다. 왜 한국 사람들은 뒷사람을 위해 문을 안 잡아주는지 모르겠다.” 물론 요즘엔 문을 잡아주는 매너가 많이 늘어나긴 했다. 그럼에도 아직 아쉬운 지점들은 남아있다.  


프랑스에 두 달 동안 체류하고 돌아온 친구는 “프랑스에 출산율이 올라갔다고 하는데 파리에 아이들을 동반한 젊은 부부가 정말 많았다. 그런데도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굴거나 하는 행동은 거의 없어서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여행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우리네 시민의식도 충분히 준수한 편이다. 해외 유투버들이 올린 영상 중 ‘한국의 치안 실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카페나 심지어 길거리에 휴대품을 놔두어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거나, 오히려 경찰에 신고해주는 경우를 관찰 카메라로 촬영한 내용이었다.


       ▲패스트푸드점 바로 앞에 패스트푸드점 쓰레기를 버리고 간 비양심의 흔적들.


선진국이라고 시민의식이 꼭 선진적이거나 후진국이라고 모두 시민의식이 뒤쳐졌다는 단순한 논리는 아니다.(소위 선진국과 후진국이란 이름 자체도 합리적인 명칭은 아닐 테지만) 다만, 성장한 만큼 더 여유롭고 넉넉한 품격을 가졌으면 하는 아쉬운 바람이다.  


세계 2위의 강대국이라 불리는 중국의 예만 봐도 그렇다. 북경대로 한 가운데에서 여행 중 이대로 비명횡사하는 것은 아닐까 싶은 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신호를 안지키고, 차는 차대로 신호를 안 지키는 불협화음은 기본이고, 새치기는 그저 일상에서 매번 겪는 일 중 하나였다.


도리어 대만 여행 중에는 열차 중간 중간 위치한 노약자석에 퇴근 길 혼잡한 시간에도 아무도 앉지 않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 태국에선 가방을 함께 들어주고 자리를 양보하는 시민들로 여행이 더 즐거워지기도 했다.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나뒹구는 길거리의 흔한 풍경.


며칠 전 마트에서 아쉬운 시민의식의 부재를 또 목격하고 말았다. 진열된 도넛츠를 실수로 떨어뜨린 어느 가족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직원을 찾는 듯 하다가 ‘여기 진열이 문제가 있네’ 라는 말을 남기며 홀연히 한 명씩 사라진 것이다. 겨우 4천 원에 자기 양심을 헐값으로 팔아버린 안타까운 일이었다.  


타인의 일에 나서지 않는, 나설 수 없는 시대가 되면서 개개인의 시민의식은 더 중요해졌다. 개인의 시민의식이 깨어있을 때만이 사회 전체의 의식 수준도 함께 성장한다. 시민의식의 성장은 역으로 말하면 내가 피해를 받을 가능성을 줄이는 길이기도 하다.     


수출, 인구, 기술 경쟁력, 국방력, 교육 수준 등 어떤 지표로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의 품격도 이에 걸맞게 키워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 이제 그래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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