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일환으로 평일 일과를 끝낸 병사들의 부대 밖 외출을 허용하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시범부대인 해군 제1함대가 있는 동해시를 찾았다. 해군 제1함대는 지난 8월 20일부터 10월 31일까지 평일 일과 이후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병사가 영외로 외출할 수 있는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직접 현장을 동행해봤다. 시행 40여 일이 지나면서 평일 하루 200여 병사들의 외출로 지역 경제에 활력이 되고 있다는 동해시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평일 외출을 하는 해군 제1함대 병사들.
해군 제1함대 사령부가 있는 정문 앞은 오후 6시가 조금 넘자 평일 외출을 나오는 해군 병사들이 한두 명씩 보이기 시작했다. 장병들은 평일 외출이 익숙해진듯 나오자마자 택시를 잡았다. 택시가 도착한 곳은 동해시의 번화가인 천곡동이었다.
A 일병이 택시에서 내려 제일 먼저 간 곳은 안경원이었다. 안경테를 바꾸기 위해서 방문했다고 했다. 안경원을 나와 바로 옆에 위치한 D할인점에서 이어폰을 구입한 후 근처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를 시켜 먹었다.
필자도 햄버거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평일 외출에 대한 장병들의 생각을 들을 수가 있었다. 병사들은 “짧은 평일 저녁 외출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최대한 가까운 동선에 모든 게 위치한 번화가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병사들로 붐비는 안경원.
시범 운영을 시작한 지 40여 일이 지났는데 처음 시행했을 때와 지금의 느낌이 어떻냐고 물어봤다. “처음 시행하고 10일 정도는 병사들이 너무 좋은 나머지 계획 없이 돈을 쓰기도 했는데 이제는 알맞게 시간 배분도 잘하고 돈도 규모에 맞게 잘 이용하는 것 같다. 대체로 제일 많이 이용하는 곳은 저렴하게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할인점과, 저녁도 해결하고 게임도 가능한 피시방이 제일 인기다. 외국어 학원 수강이나 헬스장에 다니는 동료들도 있다. 군 복지 할인이 되는 영화관도 이용하는데 영화는 저녁 먹고 하다 보면 시간이 촉박해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평일 외출이 10월 말이면 끝났는데 아쉽겠다고 물어보았다. A 일병은 “평일 외출이 허용되면서 근무도 더 활력이 넘치고 외출이 있는 저녁 시간대가 기다려진다. 시범 운영 뒤 좋은 결과가 나와 내년에 전면적으로 시행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근처에서 생과일주스 가게를 하는 사장은 “군인들의 평일 외출 소식을 전해 듣고 은근히 기대했는데 실제로 매출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평일 외출이 제도로 안착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번화가인 천곡동은 장병 평일 외출로 거리 분위기가 달라졌다.
해군 제1함대에서는 상대적으로 시 외곽에 위치한 함정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을 위해 셔틀버스를 순환 운영하는 등 평일 외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동해시에서도 동해시 시립도서관의 운영시간을 오후 11시까지 연장하고, 부대장 명의로 도서 단체 대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병사들의 편의 도모를 위해 우대업소 124개소에 대해 할인 표지판을 부착하고, 외래병원의 경우 진료 시간을 늘리는 관내 병원도 생겨났다.
▲영화 관람을 하러 온 병사들.
동해시청에서는 홈페이지(http://www.dh.go.kr/pages/sub.htm?nav_code=dh1474954013)를 통해 군장병 할인 우대업소를 소개하고 있다.
동해시 관계자는 “병사들의 평일 외출이 어려운 지역경제에 활력 제가 되고 있다”며 “민·관이 협력해 군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번화가를 중심으로 거리 공연 등 문화, 체험 공간을 확충하고 상인들과 협의하여 할인제도도 확대시행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평일 외출을 마친 병사들이 귀소를 서두르고 있다.
병사 평일 외출 시행 40여 일을 맞은 동해시 천곡동 상가 상인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일과 후 충분한 휴식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10월 말까지 평일 외출제도를 시범 실시한 뒤 내년부터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