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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한 마리 게눈 감추듯 ‘뚝딱’ - 속살 꽉 찬 찜, 눈꽃 같은 회, 게딱지 비빔밥…
  • 기사등록 2018-03-31 00:24:33
  • 수정 2018-03-31 00: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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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구항 뒤편으로 펼쳐진 해파랑공원에는 대게 형상의 조형물이 있다.


이따금 내리쬐는 햇살과 곳곳서 눈에 띄는 초록빛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봄바람이 코끝을 스칠 때면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떠나야만 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겨울과 봄을 오가는 꽃샘추위가 아직이지만, 이 변덕스러움 끝에는 싱그러움 가득한 달이 기다리고 있다. 다가오는 4월 바다 향 머금은 제철 해산물 요리를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반짝이는 은빛 바다는 덤이다.


완연한 봄을 코앞에 둔 3월의 어느 날, 해산물 특유의 비릿한 달큰함이 떠올라 경북 영덕으로 향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뻥뻥 뚫린 도로 위를 네 시간쯤 달렸을까. 영덕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이정표를 따라 조금 더 속도를 냈다. ‘대게의 고향’이라 불리는 지역답게 대게 형상의 커다란 조형물이 철근 구조물 위로 걸터앉아 있다. 동해안의 작은 어촌마을, 일명 ‘영덕대게마을’ 어귀다.


영덕대게마을은 강구항을 따라 100여 개의 대게 상가가 밀집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게 거리가 형성된 곳이다. 일반적으로 대게 철이라고 여겨지는 매년 11월부터 5월까지 이 마을에는 영덕대게만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조금 이른 방문이었나 보다.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 대신 삼삼오오 모여든 가족 단위 또는 동호회 단위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봄을 시샘하는 동장군의 기세가 여전히 매서운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강구항을 따라 100여 개의 대게 상가가 밀집해 있다.


승용차가 빠듯하게 오고 갈 수 있는 너비의 길목에는 영덕대게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 즐비하다. 촘촘하게 이어진 식당 사이로 대게를 찌는 김이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대게를 맛보기도 전이건만 속살 내음이 훈김을 타고 끼쳐온다. 여느 관광지나 마찬가지겠지만 식당 입구로 나와 손님을 맞기 위한 상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골라 먹는 재미’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차림비 없음’, ‘20년 전통’, ‘매운탕 서비스’ 등 식당마다 걸어둔 플래카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솔직히 말하면 결코 착한 가격대는 아니다. 대게는 크기보다 속살이 얼마나 찼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데, 가격만 따지면 구매가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구매 팁을 한 가지 제안한다면 강구항 끝자락에 위치한 동광어시장으로 가는 것도 괜찮다. ‘난전’으로 통하는 이곳에서 구입한 대게를 들고 시장 건물 2층이나 인근 식당으로 가서 찜 값과 상차림 비용만 내면 신선한 대게를 맛볼 수 있다. 음식점 맞은편 노란 리어카 위로 수북이 쌓인 대게를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왼쪽) 매년 11월부터 5월까지는 대게 살이 차오르는 제철이다. (오른쪽) 대게 살과 대게 가루

            가 섞인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대게빵.


어시장 한편에 놓인 수족관에 ‘대게 목욕탕 남탕’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대게가 수족관에 몽땅 들어 있는 모습을 유쾌하게 표현했거니 했는데 웬걸, 실제로 수게만 잡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시장 상인은 “암게나 어린 대게를 불법 포획하면 마리당 벌금을 내야 한다”며 “이 수족관은 진짜 남탕이다”라고 말했다.


대게 중의 대게는 따로 있다. 살이 꽉 차 박달나무처럼 야물다고 해서 박달대게라고 부른다. 살이 어찌나 많은지 찌기만 해도 절로 껍질이 벌어지는 게 특징이다. 다리 끝부분을 부러뜨린 뒤 다리 껍데기를 길쭉하게 잘라서 살만 빼 먹어도 되고, 다리 끝마디를 부러뜨려 마디에 달린 속살을 잡아당겨도 된다. 게딱지에 있는 내장을 긁어 밥과 참기름, 김가루 등을 넣고 비비면 쌉싸래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냉각수에 씻은 대게의 속살을 끄집어내 얼음 가득한 물에 넣고 10분쯤 지나면 눈꽃처럼 살이 피어오르는 대게회는 별미다. 한 식당 주인은 “대게와 홍게 모두 찌면 붉은색을 띠어 혼동하기 쉽다”며 “홍게는 게딱지 좌우 양쪽에 작은 가시가 있으니 그 점으로 구별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소셜 네트워크서비스에서 ‘영덕대게마을에서 꼭 먹어야 하는 간식’으로 유명한 대게빵을 지나칠 수 없었다. 대게 살과 대게 가루가 섞인 밀가루 반죽 안을 팥 앙금으로 채운 뒤 대게 모양 틀에 그대로 구워낸 빵이다. 붕어빵 맛을 상상했다면 부족하다. 반죽 때문인지 생선 향과 함께 새우 맛 과자를 씹는 기분이었다.


두 눈에 담아내는 푸른빛 바다


영덕에서 대게만 먹고 돌아갈쏘냐. 길옆으로 뻗은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푸른 바다를 두 눈에 담는 여정은 꼭 챙겨야 한다. 우선 강구항 바로 뒤편으로 펼쳐진 해파랑공원을 추천한다. 공원 주변으로 파도가 달려와 방파제에 철썩 부서지는 장면은 장관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대게 모양의 황금색 대형 조형물 앞에서 사진 찍기도 권한다.


                   ▲영덕해맞이 공원 산책로 중간 데크길에 올라서면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색하기 딱 좋은 푸른 길 블루로드도 있다. 영덕대게공원에서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약 64.8km 구간이다. 산길도 있지만 대부분 바다를 끼고 걷도록 만들어져 확 트인 동해바다를 마음껏 호흡할 수 있다. 승용차로 지나칠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영덕의 숨은 아름다움을 새록새록 다가든다. 블루로드는 A, B, C, D 네 개 코스로 구성됐으나 당일로 걷기에는 B코스(15.5km)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어른 걸음으로 다섯 시간 정도 소요되니, 전 구간을 걷는 게 부담된다면 바위 사이마다 나무 데크로 연결된 구간만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갖가지 생선과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 그물을 손질하는 모습 등 어촌마을 일상 하나하나가 신기한 구경거리이다 보니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린다.


바다 풍경에 조금 지루해졌다면 해맞이공원 뒤편 언덕, 끊임없이 돌아가는 하얀 풍력발전기가 자아내는 이국적인 분위기에 취해보자. 영덕은 해안을 끼고 있어 사계절 내내 바람이 많이 부는 입지적 조건 덕에 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됐다. 높이 약 80m의 풍력발전기 24기가 설치돼 연간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하늘 높이 솟은 풍력발전기 앞에 서면 그 웅장함에 압도되는 느낌이다. 거대한 바람에 떠밀려 걷는 듯한 기분은 꽤 색다르다. 풍력발전단지 내 조성된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을 둘러보며 환경의 중요성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소 느끼는 경험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강구항 앞 선박 주변으로 그물을 손질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다시 강구항으로 돌아오는 길목, 지친 두 다리를 쉬일 수 있는 카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이곳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시를 쓰는 장면이 등장한 적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들어서면 몇 마디 끼적이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 순간의 기분을 메모하는 것도 운치 있다.


영덕의 접근성이 보다 좋아진 점도 이곳을 찾을 만한 이유다. 지난해 말 당진~영덕고속도로가 개통된 데 이어 지난 1월 포항~영덕을 운행하는 동해선 철도가 개통됐다. 포항에서 영덕까지 소요시간은 34분. 또 서울에서 KTX와 동해선을 타면 세 시간 만에 영덕에 닿으니 당일 여행 코스로도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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